서툰 한국어로 “불이 났다” 물 뿌려 하우스 불길 잡아

이웃 하우스에 번진 불길을 용감하게 진압한 미담사례로 지역사회에 회자되고 있는 누엔티끼우난(사진 왼쪽) 씨와 윙두언티도(사진 오른쪽) 씨가 당시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저희들의 안전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냥 두면 옆 하우스로 불이 옮겨 붙을게 뻔했고 그럼 피해가 커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불을 껐고, 화재가 진압돼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칫 큰 피해로 번질 수 있었던 화재를 용감하게 진화한 이민여성들의 용기가 회자되고 있다. 주인공은 베트남에서 시집 온 누엔티끼우난(28) 씨와 윙두언티도(27) 씨. 전남 곡성군 대평리 일대에서 거주하는 두 여성은 요즘 만났다하면 최근 일어난 화재 얘기를 하느라 바쁘다. 본인들의 솔선수범 사례가 마을에서 회자되며 칭찬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누엔티끼우난 씨와 윙두언티도 씨는 최근 아찔한 사건을 겪었다. 오후 일과를 마치고 집에 귀가 하던 중 옆 하우스에서 번지고 있는 연기를 발견한 것이다. 전남 지역을 강타한 폭염에 하우스 앞에 둔 상자와 비닐 등 포장재에 불이 붙어 불길이 커지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두 여성은 서툰 한국어로 “불이 났다”고 소리 지르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다른 하우스에서 사람이 나와 불이 난 하우스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화재 진압을 도와주지는 않고 현장을 떠났다. 누엔티끼우난 씨와 윙두언티도 씨는 “하우스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불이 점점 커질 것이 걱정돼 화재진압에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었다”며 “마침 하우스 옆에 물을 모아놓은 통이 있어 그 물을 퍼다가 불을 끄는데 집중, 불을 끌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얼마 후 현장을 찾은 하우스 주인 이영남 씨는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불이 자칫 옆 하우스로도 번져 피해가 커질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여성으로서 불을 보고 무섭기도 했었을 텐데 본인들의 일처럼 솔선수범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양순미 박사는 “농촌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서로 협력하고 다른 사람의 안좋은 일을 함께 나누던 두레 같은 문화를 잃어가고 있다”며 “두 여성이 화재진압에 직접 나서 솔선수범한 이번 사례는 무너져가는 농촌공동체 정신을 이민여성들이 새롭게 불러일으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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