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 가공식품의 가격이 인하되면서 국내 식품업계와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에서 수입되는 가공식품이 된장·간장 등의 장류와 낫또, 차 등 대부분의 품목이 국내 전통식품업계와 소비시장이 겹치고, 일본식품에 대한 인식도 좋아서 국내 전통식품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식품업계는 수많은 일본 수입품목 중 가공식품의 가격을 가장 먼저 인하한 것은 대기업의 식품가격인상에 대한 상대적인 후광효과를 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불만도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5일 일본에서 수입되는 가공식품에 대한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엔저현상에 따라 일본에서 수입되는 93개 가공식품 전품목(93개)에 대해 최대 20%에서 최저 10%의 가격을 낮출 방침이라는 것. 이마트의 일본 가공식품에 대한 가격인하는 연쇄적으로 타 마트 등 판매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일본 가공식품의 가격인하는 어느 나라보다 국내 식품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것이 식품업계의 분석이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국내 식품업계의 생산품목과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낫또는 청국장, 미소된장은 장류, 차는 전통차, 사케는 전통주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국내업체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 더욱이 대형소비처에 따르면 일본 가공식품은 고급식품으로 인식돼 매년 매출이 20% 가량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평소에도 일본 가공식품과 치열한 경쟁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식품업계는 일본산 가공식품의 가격인하에 따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국산콩을 사용하는 장류업체 등 국내산 원료를 가공하는 전통식품업체에게 타격이 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콩이 평년보다 30% 가량 높게 단가가 형성돼 있는 등 국내 농산물 가격이 평년보다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제품가격도 인상을 해야 하지만 정부의 가격인상에 대한 제동으로 가격인상을 미루고 있었던 상황에서 일본 가공식품의 가격인하로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가공식품은 고급식품으로 인식, 국산원료 가공식품과 소비자들이 비슷하게 프리미엄 등급으로 인식하고 있어 국산 원료를 썼다는 프리미엄도 타국의 가공식품보다 덜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형마트의 한 담당자는 “일본산가공식품은 우수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강하다”며 “자연스레 국내 농산물을 사용하는 가공식품 등 국내 고급식품과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식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소된장이나 낫또가 청국장이나 된장 등 국내 장류보다 우수하지도 않은데 소비자들 인식은 좋게 자리잡혀 있다”며 “일본산 가공식품의 가격인하는 자본력이 약한 국내 전통식품업계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여러 제품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공식품을 먼저 가격을 인하한 것은 현재 대기업에서 진행 중인 가격인상에 대한 후광효과를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대기업과 일본 가공식품, 양쪽에 치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욱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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