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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나의 행복한 시골살이] 고추농사에 도전하다

모판에 파릇하게 돋아나는 새싹이 앙증맞다. 이 아이들과 함께 고추농사를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밤사이 봄을 재촉하는 비가 살짝 내렸다. 차분하게 내리는 봄비가 참 반갑다. 이 비에 골짜기에 있는 잔설이 다 녹을 테고 화단에 있는 황매화줄기 역시 한층 더 물이 올랐다. 곧 새싹이 나오고 노란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성급한 마음이 드는 건 아마도 애타게 봄을 기다리는 산골아줌마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 고추 농사 시작이다. 모판의 새싹이 알맞게 잘 자랐다. 이 새싹들이 한 구멍 한 구멍 자기가 살만한 공간으로 분가하는 거다. 오늘 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집을 마련해 주는 작업을 한다. 마음속으로 짧은 화살기도를 한다. 얘들아 병해충과 태풍과 온갖 시련이 닥쳐올지 모른다. 우리 한번 잘 이겨내 보자.

지난 가을에 동네형님으로부터 밭 700평을 빌려놨다.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던진 얘기가 현실이 됐다. 형님은 올해부터 연금이 나오는데 그 많은 농사를 다 짓다가는 건강에 무리가 될 것이니 이 아우에게 빌려주고 두 분은 건강을 생각해 좀 쉬엄쉬엄 하시라고 억지를 부렸다. 지난 몇 년 동안 고추농사에 재미를 못 봐서 주춤하고 있던 차에 새로운 땅이 생겨 새롭게 고추농사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동안 짓고 있던 2500평과 이번에 새로 얻은 700평 땅의 영농계획을 새로 짰다. 수분기가 많은 땅은 감자에 올인하기로 하고 집 앞의 땅에는 옥수수를 심어서 종류를 단순화 시켰다. 처음 귀농해서 30여 가지를 심었던 농사계획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세 가지 품목으로 축소된 것이다. 한번에 1500평의 감자를 캐낼 일을 생각하면 까마득하지만 봄에 여러 집들의 일을 거들어주고 품앗이를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야무진 생각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수수를 심어서 새들과의 전쟁을 한판 치렀다. 수수를 반쯤 빼앗긴 후에야 수수 모가지마다 양파 망을 뒤집어 씌우는 피나는 노력을 했고, 본의 아니게 그 작은 새들과 싸우는 치사한 농부가 됐다. 어디 그뿐인가. 호박넝쿨이 남의 집 밭으로 침범해 가는 바람에 혼이 났고 바쁜 가을에 애호박만 따 들이느라 팔이 빠졌다.

요즘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고추하우스를 지키고 보살펴주고 있다. 5000포기 고추 하나하나마다 따뜻한 눈길과 마음을 전하며 미지근한 물을 주고, 해가 떨어지면 열선에 전기를 넣고 이불을 뒤집어 씌워준다. 크는 게 하루하루가 다르다. 처음 모판에서 트레이로 분가시킬 때에는 너무 약해서 뿌리가 끊어지기도 하고 잘 서있지도 못하더니 이제는 제법 꼿꼿하게 서있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셈이다.

요즘 이 하우스 안에서 거의 하루를 보낸다. 매일매일 자라는 고추 싹도 예쁘지만 하루 종일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싹을 틔우고 있는 씨감자가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한낮의 하우스 안은 무척 덥다. 고추는 이불을 벗겨주고 따뜻하게 일광욕을 시켜주는데 감자는 미련스럽도록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어야 싹이 잘 나온다. 식물마다 자기가 필요로 하는 환경이 다 다르다. 늘 사람의 입장이 아닌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 아이들과 마음나누기가 익숙해지리라.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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