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농업스타일 완성…연매출 1억 훌쩍”

매년 특별주문을 받아 소량생산만 하는 유기농 포도즙은 암·고혈압 등을 앓고있는 환자들의 약용으로 인기가 높다. 정영이 대표가 유기농 포도즙을 소개하고 있다.

“농민마다 저마다의 농법이 있어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농업철학을 완성해나가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농사를 짓는 거예요. 뚜렷한 농업가치가 생길수록 개성 강한 브랜드가 생기죠.”

포도로 유명한 충북 옥천군. 이곳에서 유기농 포도재배로 연매출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정영이(56) ‘장춘농원’ 대표. 정 대표가 농업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포도농사에 매진한지 30여년 정도라는 정 대표의 첫 번째 농업철학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농업현실에서 그해 농산물 가격에 일희일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접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농업기술센터 등의 각종 교육을 다니며 안목을 키운 정 대표는 친환경 농법이 생소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 포도재배에 뛰어들었다.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니 친환경 농산물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저농약부터 시작해 무농약까지 유기농 재배법을 습득해나갔죠. 처음엔 판로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결국 소비자들도 알아주더라고요.”

정 대표의 두 번째 철학은 수작업을 고수하는 것이다. 유기농 재배의 특성상 일반 농법보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외부 인부를 고용하지 않고 제초부터 수확까지 직접 한다. 남의 손을 빌리면 농사가 안된다는 고집스러운 철학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확철이면 1만580㎡(약 3200평)규모에서 포도를 수확하느라 자정이 넘어야 일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친환경 포도재배를 고수하면서 농법도 달라졌다. 유기농으로 전환하면서 퇴비가 여름철 빗물에 씻겨 가는 걸 보완하고자 하우스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포도를 모두 하우스 재배 하고 있다. 정 대표의 이같은 철학은 포도의 높은 당도로 나타나 판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아울렛2001 납품계약에 이어 덕감상회라는 곳과 10년이 넘는 세월을 거래했다. 최근에는 청심작목반을 통해 생협과 전량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정 대표는 유기농 포도 재배는 노지에서 하기 힘들다고 조언한다.

“유기농 포도는 대부분 종이를 덧씌우지 않아요. 때문에 여름에 비라도 내리면 포도알이 터져버려 상품성이 떨어집니다. 하우스 재배를 통해 토지를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친환경 포도로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생협과 맺은 납품계약은 그 성과죠.”

정 대표의 다음 목표는 포도 장아찌와 건포도 생산 등 2차 가공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다. 현재 정 대표는 매년 특별 주문을 받아 포도즙을 생산하고 있다. 유기농 포도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암이나 당뇨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소비자들이 약용으로 찾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현실에 착안, 유기농 포도로 만든 장아찌와 건포도 등을 생산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웰빙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정 대표는 “농촌 지역에 여성들이 갖고 있는 자원이 무한하다. 오랜 기간 내려오는 전통음식이 대표적인 예”라며 “유기농 포도를 전통방식으로 가공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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