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닌 농업가치 주목…귀농 20여년 만에 연매출 ‘1억 농민’으로

단감 제철을 맞아 노랗게 물든 단감을 정정례 대표가 선보이고 있다.

요즘 농어촌에선 도시에서 귀농한 사람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농어촌 인구감소로 인해 지자체마다 도시 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귀농인 정착지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어촌에선 귀농 열 가구 중 아홉 가구는 실패한다는 말이 들려온다. 귀농이 힘들다는 걸 전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경남 창원에 20여 년 전 도시에서 땅 한 평 없이 귀농해 1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고 있는 여성농업인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너무 과한 욕심은 실패를 불러요. 정부에서 농업인에게 각종 지원을 한다고 해도 자재비 등 물가가 만만치 않아요. 따라서 처음부터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것 보다는 차근차근 단계별로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죠.”

정정례(55) 산골농장 대표의 말이다. 정 씨는 지난 1981년 마산에서 남편 이판규 씨와 결혼해 도시생활을 시작했다. 결혼 8년 만에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1988년 남편 이 씨의 고향인 창원에 자리 잡았다. 농어촌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려갈 때 이들 부부는 농촌을 택했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남편이나 저나 농업의 기본도 몰랐지만 농업의 비전을 봤어요. 도시민들은 자칫 돈만보고 농업에 뛰어들기 쉬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명창조의 기쁨과 농업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라 생각해요.”

정 대표의 말처럼 도시부부가 농사를 짓는다는 건 쉽지 않았다. 마산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농촌에서 살집을 마련하자 땅 한 평조차 살수가 없었다. 결국 부부는 주변에 품앗이를 하러 다니며 자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돼지를 사고, 농지를 임대해 벼농사를 시작했다. 벼농사를 시작하면서 땅을 조금씩 사들일 수 있었다. 땅이 모이자 품목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어떤 작목을 골라야 성공할 수 있는지 몇 년간 경험이 쌓인 후에야 알 수 있더라고요. 창원의 자연조건이 단감에 적합하다는 걸 알았고, 단감을 주작목으로 바꾸면서 수입이 늘기 시작했어요.”

단감 농사를 시작한 초반에는 벼농사부터 수박, 단감, 양돈까지 복합영농을 했다. 품목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준비기간을 거친 것. 귀농인들의 성공사례가 되고 싶다는 그 목표를 위해 초기부터 현장농업을 배우며 기초 지식을 쌓았다. 농업의 해답은 농촌현장에 있다는 게 정 대표의 핵심이다.

“20여 년 전 제가 귀농했을 때와는 물가부터 농업현실까지 많은 게 달라졌죠. 하지만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생각해요. 노력한 만큼 땅이 보답한다는 것, 쉬운 마음가짐으로는 귀농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셨으면 해요.”

정 대표는 말한다. 귀농이 유행처럼 흘러가지 않으려면 높아진 농자재 값을 낮추고, 농업인들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귀농인들의 마음가짐이라는 얘기도 빼먹지 않았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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