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화재 이겨낸 신품종 ‘아몬드페페’로 희망 싹틔워

페페는 이윤희 대표 그 자신이라고 했다.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키운 아몬드페페가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 화재로 전 재산을 잃고도 재기에 성공한 여성농업인이 있다. 그녀를 만나서 노하우를 들어보자.

“자신을 믿는 것, 가능성을 잊지 않는 것,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위기는 위기일 뿐, 그걸로 내 안에 잠재한 가능성이 사라지진 않아요.”

이윤희(35) 한빛농원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97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철원군 4-H 연합회에 가입했다. 조직 활성화를 위해 강원도 기술원과 철원군 농업기술센터 교육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4-H 연합회의 인연은 남편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1999년 남편과 결혼하면서 농사를 처음 접한 이 대표. 초기엔 벼농사를 지었다. 소득이 늘지 않아 빚에 허덕였고, 2002년 작목을 화훼로 바꿨다. 철저한 시장분석 없이 시작한터라 초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005년 페페를 재배하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보강등을 설치해 출하시기를 앞당긴 게 효과가 있었다. 출하 두 달 만에 6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또다시 시련이 왔다. 2006년 3월 인근 농가의 화재가 하우스로 옮겨 붙으며 모두 불에 탔다.

“정말 힘들었어요. 농장 임대료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부족할 정도로 어려움을 겼었죠. 포기할까도 했지만 절대 포기할 순 없었어요. 생명을 창조한다는 그 기쁨을 알았고, 농업에 비전이 있을 것이라는 걸 믿었으니까요.”

그녀의 말처럼 농업에 미래가 있었다. 다 타버린 페페에서 신품종이 탄생한 것. 화재를 이겨내고 새싹을 틔운 신품종은 병해충 저항성과 상품성이 높았다. 전화위복의 순간이었다. 변이개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보강등을 설치해 재배기간을 조절했고, 알루미늄 스크린과 에어커튼 등을 설치해 최적시설 확보에도 집중했다. 2년여의 증식 끝에 ‘아몬드페페’라는 이름을 단 이 품종은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장에 나왔다. 지난 4월까지 10만본 이상을 일본에 수출하는 성과도 올렸다. 재기를 위해 각종 교육을 섭렵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이 도움이 됐다. 그 결과 초기 2000㎡(약 600평)였던 임대농장을 4년 만에 자가소유 2500㎡(약 760평)로 바꿀 수 있었다. 2011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한 ‘2011 농업 비즈니스 모델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농업 경영에 대한 세부 계획이 필요해요. 연도별로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꿈을 이루고 싶은지 늘 생각하고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농업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시장이 안 좋더라도 선택한 작목을 고품질로 육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소비자는 반드시 알아줍니다.”

지난 2008년 그녀의 목표는 5년 안에 자가 농장을 소유하는 것. 정확한 목표 설정은 각종 시련에서도 그녀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힘이었다. 결국 목표시기가 채 다가오기도 전에 그 꿈을 이뤘고, 그녀는 다음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현재의 꿈은 아몬드페페 품종을 등록해 모종으로 수출하는 것. 그녀가 발견하고 키워낸 신품종을 외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강효정kangh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