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하던 더위가 입추가 지나고나니 한결 부드러워졌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토마토를 따고 있는 태국친구들이 더위에 지칠까봐 여름내 노심초사했다. 덥다고 해서 일을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알바 두 명을 더 써가며 ‘빨리빨리’ 보다는 ‘쉬엄쉬엄’을, 또 ‘천천히’를 강조하면서 지금도 더위와 싸우고 있다.

“싸모님! 이거 먹어요.”

토마토 작업을 끝내고 상자정리를 하고 있는데 태국친구 꼬웨이가 계란 한판을 내민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됐기에 아직은 우리말이 서툴고 의사 전달이 늦는 편이지만 서로가 마음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양계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가져 왔다면서, 그들은 몸짓 손짓 그릇까지 동원해가며 우리에게 그 계란에 대해 이해시키려 애를 썼다. 남편은 그들의 말을 알아챘다.

“곤달걀?”

이해를 하는 사장이 반가웠던지 그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유정란에서 부화해서 나온 것이 병아리고, 병아리가 되다가 부화하지 못한 계란을 곤달걀이라 한다며 남편은 나에게 자세히 알려줬다. 먹어본 기억은 없지만 어릴 때는 어른들이 술안주로 먹는 것을 종종 봤다고 한다. 하지만 난 그것이 생소하기만 했다.

“태국사람 많이많이 좋아해요.”

꼬웨이가 곤달걀이 고단백 영양식품으로 제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워가며 자랑을 한다. 대나무로 된 그네나라의 찜통에서 쪄낸 계란을 꺼내와 먹기를 권한다. 냄새가 비릿하다. 껍질을 까낸 것들을 보니 노른자와 흰자위의 구별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실핏줄이 엉켜있는 것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털도 보인다. 체질적으로 비위가 약한 내가 먹기에는 좀 힘들 것 같아 손에 들고 있던 계란판마저도 슬그머니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모처럼 베푼 그들의 선심을 외면한 것만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먹는 자체가 즐겁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음식도 하나의 문화다. 사람마다 또 나라마다 비위와 취향이 다르기에 그네들의 식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려 노력하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불편할 때가 있다. 정말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심한 더위로 인해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때다. 계란이 그네들에게 더없는 보양식이 돼 남은 더위마저도 거뜬히 이겨 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두릉댁 이상분(54) 씨는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으로 현재 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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