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실의 신입회원이 선물한 그릇. 보기만 해도 식욕이 당긴다.

취미로 붓글씨를 써 온지가 여러 해다. 일취월장을 해야 하는데 언제나 제 자리 걸음인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 여섯 명이 모여 일필휘지의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농사일 때문에 참석하는 날보다 빠지는 날이 더 많은 나로서는 그들을 따라가기가 늘 버겁기만 하다.

모내기를 끝내고 오랜만에 서실에 나가보니 낯선 분이 나를 반긴다. 신입회원이라고 했다. 빈자리가 많아서 새 식구가 오기를 늘 고대했었는데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분은 서실에 오기 전에 도예공방도 다녔고 작품전시회 경력도 있다면서 예쁘게 포장된 도자기를 우리 모두에게 하나씩 안겨줬다. 이게 웬 횡재인가! 우리는 붓을 놓은 채 그릇에 정신을 다 뺏겼다. 일곱 개의 그릇이 모양과 크기 색감까지 다 다르며 각개의 개성이 강하게 묻어났다.

“내 것이 제일 예쁘다.”

제 것이 최고인양 서로가 자랑을 앞세우며 마음을 담아 온 선물에 매우 행복해 했다. 이 그릇에다 차를 마시면 훌륭한 다기가 될 것이고 잡곡밥을 담으면 밥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식기가 될 수 있다함에 맛있게 차를 마시는 시늉으로 능청을 떠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식사는 단순히 먹는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의식과도 같다고 했다. 먹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이 다 조화를 잘 이뤄야 하는, 하나의 문화임을 말한 것일 게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아마도 그릇이 차지하는 부분이 아닐는지. 그릇은 음식의 옷이라는 말도 있다.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서 그릇을 달리 사용했다고 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백자를, 겨울에는 따뜻한 유기를 사용하면서 나름대로의 품위를 지켜 온 듯 싶다.

그런데 지금 우리네 식탁은 어떠한가. 유리와 플라스틱이 편리함과 내구성을 앞세우며 식탁을 점령한지 꽤 오래됐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 나물에 그 밥이 돼 가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것들이 인체에 해가 된다고 해서 이제는 중금속 검출에 대한 걱정이 없는 도자기로 교체하는 집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릇 중에도 이 도자기를 능가할만한 그릇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도자기를 다시 살펴본다. 소박함이 볼수록 멋스럽다.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당기는 것이 다이어트에 큰 차질이 오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두릉댁 이상분(54) 씨는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으로 현재 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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