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임협의 중앙회는 94년 협동조합법 개정 이후 4년째 부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독립사업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회장에게집중돼 있기 때문에 대출문제 등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책임소재를 놓고 논란이 빚어져 왔다.이런 현상은 회원조합에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수많은 사고가 있었고, 부실조합이 양산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책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농협의 경우 지난해 38개 조합이 적자를 냈고, 이 가운데 21개 조합은 양곡사기 등 사고에 의한 것인데도 조합장은 책임지지 않았다. 또 축협은 자본일부잠식조합이 19개, 자본전액잠식조합이 44개 등 전체의 33%에 달하는63개 조합이 부실조합인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A농협의 J전무는 “조합장은 명예는 있고 책임은 없다”고 꼬집었다. 조합 운영에 전권을 행사하면서도 나중 책임문제가 불거질 때는 전무·상무들에게 책임을 넘긴다는것이다. 반면 전·상무들은 결정권이 없는 우리가 어떻게 책임을 지느냐”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이런 논란은 현행 농수축협의 임원집행구조가 만들어내고 있다. 조합의 경우 사업 집행방침은 이사회가 결정하고 일상적인 업무집행은 조합장이 담당하고 있다. 조합장은 법적으로 명예직이지만 조합의 대표권, 업무총괄권,집행권, 직원 임면권을 가지고 있어 그 권한은 거의 무소불위이다. 때문에조합장의 실책이나 독주는 조합원이나 이사회, 감사만이 견제할 수 있지만,실제 이들의 기능은 유명무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사회가 월 1회의 회의로 조합의 복잡한 업무를 알 수도 없고, 이사들의 능력도 취약하기그지 없다. 조합의 재산 및 업무 집행상황에 대한 감사권을 갖고 있는 감사의 경우 연 1회 정기감사와 상반기 수시감사 1회에 그치고 있어 업무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들도 조합원 1/3 이상의 동의를 얻어총회에 해임을 요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중앙회 임원집행구조는 더 애매하다. 협동조합법은 회장에게 중앙회 대표권·업무총괄권, 경영권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사업부제를 실시하고 3기 직선회장부터는 회장이 대표권과 업무총괄권만을 갖고 부회장 2인에게 신용 및 경제사업의 경영권을 위임토록 했다. 또 직원의 임면은 회장이하되, 부회장 소속 직원은 부회장 제청에 의해 임면하고, 간부를 제외한 임면은 부회장에게 위임했다. 그러나 이같은 독립사업부제는 시행 4년이 되도록 내용면에서 실질적인 것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회장이총괄권과 직원 임면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독립사업부제는 사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중앙회 이사회는 2/3이상이 조합장으로 이뤄졌지만, 회장단과 집행간부로이뤄진 경영위원회의 결정사항을 그대로 답습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고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임감사 역시 아직까지는 그 권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현행 임원집행구조는 이처럼 책임소재가 모호하게 돼 있다. 조합의 경우부실 책임이 있는 조합장이 또 출마해서 당선되고, 중앙회는 실질적인 독립사업부제 시행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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