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지난 11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유사중복기능을 통합하고 조직을 감축해 감량경영을 시행하며, 전면적인 사업본부제 전환을 통해 사업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이번 개편안은 변화와 개혁보다는 현행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발상이 엿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계통별 개편방향은 중앙본부의 경우 기획관리부문을 대폭 감축하고 전면적 사업본부제를 실시하는 한편 부서간 유사·중복기능을 통합하고 독립 실·단 운영을 확대하자는 것이다.지역본부는 4개 지역신용본부를 폐쇄하고 지역본부 내부 조직을 이에 맞춰 개편한다. 금융점포와 사업장은 한계사업장을 퇴출하고 자회사 중심으로 사업기능을 이관하는 내용이다. 조직개편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중앙회 업무담당 집행간부의 경우 현행 10명에서 8명으로 2명을 감축하되,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상무는별도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는 1명의 상무가 줄어든다. 중앙본부는 신용사업본부, 경제사업본부, 지도관리부문 등 3개 사업본부체제를 11개 사업본부체제로 개편한다. 사업본부제의 구성은 독립경영단위인 공제보험사업본부, 상호금융사업본부, 생활물자사업본부 등 3개사업본부는 부서장급 본부장을 중심으로 이익책임경영단위로 운영한다. 유통, 영농지원, 지도(이상 경제분야), 금융, 수신, 여신(신용분야), 기획,관리(지원분야) 등 8개 직능단위 사업본부는 상무를 중심으로 운영한다.전산정보지원본부는 독립채산제 기반구축 등 여건 조성 후 독립단위 사업본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31부·실인 본부 부서는 27개로 4개 부서를 줄이는데, 안전관리부는 안전관리실로, 하나로봉사실은 하나로봉사실로, 인력개발원은 인력개발실로, 농특산가공부는 가공군납사업단으로 바꿔 독립 실·단 체제로 운영한다. 회원지원부에는 회원조합 경영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회원경영컨설팅팀’을 설치한다. 17개 지역(신용)본부 중에서는 서울 강남, 대구, 광주, 대전신용사업본부를 폐쇄함으로써 13지역본부로 하되, 지역본부 내부조직을 경제사업부,금융사업부, 기획관리부 체제로 정비한다. 지역본부의 신용사업부는 금융사업부로, 지도검사부는 기획관리부로 변경되며, 제주·서울·부산·인천·울산은 종합사업부 및 금융사업부로 운영한다. 경제사업장 가운데 중부공판장은 폐쇄되고, 농특산가공제품전시판매장은 농협유통으로 이관하며, 대구·창원·광주 집배센터는 하나로클럽으로바꾼다. 신촌공판장은 하나로마트로 전환하고, 진도채종장은 예산육종연구소로 이전해 명칭을 변경한다.금융점포는 4백53개 지점, 출장소 가운데 지점 28개, 출장소 17개 등 45개소를 폐쇄, 6백56개로 줄인다. 중앙회 사업부문중 지도관리부문은 기획관리부문으로, 사업장지원부는판매사업부로, 저축신탁추진부는 저축부로, 공제사업본부는 공제보험사업본부로 명칭을 바꾼다. 직명도 변경해 중앙본부 1급 차장을 부부장으로, 2갑 과장을 차장으로,2을 승진 5년이 지난 과장대우는 과장으로 직명을 상향조정한다. 현행 7개 직군 14개 직렬이 운전, 시설관리, 청경, 가공원예의 4개 직군으로 통합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직개편은 개혁차원보다는 현행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단순한 은행식의 구조조정 차원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실제 농협은개편안 작성시 한빛은행과 국민은행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조합이 합병으로 광역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지역본부와 시·군지부 조직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았다는데 큰 문제가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인력개발분야가 지도부문이 아닌 관리부문에 포함된 것도 잘못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의 개혁과정에서 논의된 협동조합 중앙회간 기능별 분리·통합이나 1개법인체로 통합 등도 고려된 흔적이 없다. 그리고 이번 개편안과 맞물리는 희망퇴직 신청에 대한 비난도 크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농협의 혜택을 받아온 고위간부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퇴가 이뤄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구조조정이라는 것이다. 내부의 기득권을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특히 축협만 해도 정년을 58세에서 56세로 2년 낮추는 조치를 통해 조직의흐름을 개선했는데, 농협의 경우 그런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형식상 사업본부체제라고는 하지만 내용에서는 기존의 체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개편안은 발상의 전환과 장기전망을 통해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틀에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개편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상길기자 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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