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하이라이트는 쌀, 타래실, 붓, 활, 엽전, 오방색한지 등이 놓인 돌잡이다.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사는 민정 씨가 아이의 돌을 맞아 우리부부를 초대했다. 그에 말에 의하면 우리가 그의 첫정이었다고 했다.

처음 그를 본 것은 7년 전 이맘때쯤에 우리 집 논둑에서였다. 그날은 신랑을 따라 모쟁이를 하러 나왔었다. 나이 먹은 신랑은 일보다도 어린 각시를 자랑도 하고 또 세상구경도 시켜줄 겸 해서 들판으로 데리고 나온 듯싶었다. 이앙기를 모는 새신랑의 어깨가 여느 해 보다도 힘이 들어가 있었고, 신기 한 듯 바라보는 각시의 두 눈이 빛 났던 그날이 어제인 듯 새롭다. 모내기가 끝나는 날까지 논에서 매일 마주하면서 우리는 눈짓과 손짓으로만 의사전달이 가능했었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와는 남다른 정을 주고받고 있다. 그는 지금 아주 몰라보게 발전을 했다. 한국식 이름도 가졌고 또 열심히 글을 배워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기도 하고 듣기와 말하기도 아주 잘하고 있다. 이제는 진한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다. 그리고 시어머니께도 얼마나 살갑게 대하는지 내가 부끄러울 정도다.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진한 행복이 전해진다.

식장에 도착하니 한복차림의 앙증맞은 아이는 오늘의 주인공이 자기란 것을 알고나 있듯이 방실방실 웃으며 손을 들어 반긴다. 또 음악이 나올라치면 몸을 흔들며 초대한 손님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영악하기가 그지없다.

사회자의 재치와 익살로 식이 진행됐다. 경품추첨도 있었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요행하고는 거리가 먼 나이기에. 주위를 둘러보니 동남아권의 민정 씨 친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옆자리에서도 아기와 함께 온 애기엄마가 친구를 반기며 그네들의 말로 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자국의 말을 듣고 싶어서 그들은 늘 이렇게 함께 하는가 보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돌잡이 시간이다. 쌀, 타래실, 붓, 활, 엽전, 오방색한지 등이 놓인 상이 아이 앞으로 대령됐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아이가 한참동안 고민을 한다. 맨 처음으로 닥친 선택의 기로다. 많은 고심 끝에 아이는 슬그머니 쌀을 움켜쥐었다. 손님들이 큰 박수를 보내며 환호하자 신이 난 아이도 기쁨의 박수로 응대를 한다. 사회자가 쌀은 식복과 재복을 의미함을 알려주고 민정 씨한테는 더 쉽게 이해를 시키기 위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말의 뜻을 금방 이해한 그가 매우 행복해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리며 큰소리로 외친다.

“뭐니 뭐니 해도 식복이 최고 인겨!”

두릉댁 이상분(54) 씨는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으로 현재 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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