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한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항생제는 본래 미생물이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먹이 경쟁을 하는 다른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하여 생성하는 물질이다. 1928년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프레밍이 그의 연구실에서 포도알균을 배양하던 중 실수로 곰팡이가 오염되었는데, 곰팡이 주위에는 포도알균이 자라지 못함을 발견하여 페니실린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수많은 항생제가 개발되어 세균에 의한 감염증에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다. 여러 약제에 동시에 내성 보여 근래에 들어 사람병원에서 기존의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내성균이 출현하여 의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 원인은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의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항생제를 남용하거나, 감수성이 없는 항생제를 잘못 처방한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의약분업을 서두르는 계기가 되었다. 항생제는 세균의 특정 부위(수용체)에 결합하여 그 부위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서 항균작용을 나타낸다. 그런데 내성균이 항생제에 대하여 저항하는 방법은 세균 체내에로의 이동을 억제하거나, 들어온 항생제를 균체 밖으로 퍼내거나, 아예 항생제를 파괴 혹은 구조를 변형시키거나, 그리고 항균물질이 세균에 작용하여 항균작용을 보이는 수용체의 구조를 바꾸어 항균물질이 결합하지 못하게 함으로서 내성을 보인다.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이 살아남을 경우 자신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내성인자를 만들어냄으로서 이와 같은 내성현상을 일으킨다. 이 내성인자는 후대에 유전될 뿐만 아니라 항생제에 한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세균에게도 다양한 방법에 의하여 전달할 수 있다. 즉, 내성균은 마치 전염병이 퍼지듯이 이웃에 내성인자를 전달하고 있다. 더 가공할 사실은 한 가지 약제에 대하여 내성을 갖게 되면 다른 여러 종류의 약제에 대하여도 동시에 내성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항생제 사용 늘면서 내성률 증가 사람병원에서 문제시되는 내성균의 일부는 가축과는 관계없는 병원균들이지만 메티실린에 저항하는 포도알균, 밴코마이신에 저항하는 장알균, 페니실린에 저항하는 폐렴사슬알균, 광범위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에 저항하는 대장균과 폐렴막대균 등이 국내외에서 문제시되고 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가축에 사용하는 항생제에 의하여 발생한 내성균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또 식육에 오염되어 양축가나 식육 취급자, 나아가서는 지역 사회에 내성을 퍼트리는 것으로 판단하여 사료첨가용 항생제의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는 식품 안전에 대한 조치이기는 하나 주로 식육을 수입하는 국가에서 무역장벽의 일환으로도 활용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덴마크의 경우, 이와 같은 흐름을 역이용하여 자국산 축산물의 수출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1995년부터 단계적으로 사료첨가용 항생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 결과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은 현저히 감소하였으나, 이후 가축 질병의 발병이 증가하여 수의사 처방에 의한 항생제 사용이 증가하면서 내성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5년도 항생제 사용량은 약 1500톤으로서 이중에서 배합사료 첨가용으로 약 42%, 자가 치료 및 질병 예방 목적으로 동물약품으로 판매된 것이 약 51%, 수의사 처방에 의하여 사용된 것이 약 7% 정도이다. 축종별로는 소에 7%, 돼지에 55%, 닭에 21% 그리고 양식 수산에 17%가 사용되었다. 항생제 계열별로는 테트라시이클린계 48%, 설파제 13%, 페니실린계 14%,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계 5%, 마크로라리드계 4%, 폴리펩타이드계 3% 기타 10% 내외이다. 육류 생산량 당 항생제 사용량을 국가별로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육류 톤당 720g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미국의 약 3배,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약 20배에 해당된다. 수의과학검역원은 2003년부터 축분과 도체에서 분리한 지표세균인 대장균과 장구균, 식중독균인 살모넬라 등을 대상으로 내성률을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대체로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높고, 어떤 균은 8개 약제에 대하여 다제내성을 보이는 것도 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돼야 이제 항생제가 축산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내성균이 가축의 질병치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가축에서 유래한 내성균이 인체 건강에 미칠 수 있는 가능성 혹은 확률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그리고 본격적으로 편익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 비록 미물이지만 세균과 사이 좋게 살 수 있는 길, 친환경적인 길은 없을까?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