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대화는 통하지만…교육문제가 가장 큰 걱정”

교사·이웃 학부모와 원활한 소통 어려워 정보교류 한계
지원정책도 만족도 높지 않아 ‘실효 의문’·역차별 시각도


“애들 학교 학부모 모임에 가면 늘 제가 먼저 밝혀요. ‘저 일본사람이에요. 말이 좀 서투니까 이해해주세요’라고요. 지금은 이렇게라도 말을 하지만 처음에는 한마디도 못했어요.”

강원도 횡성에 거주하고 있는 히로꼬(45) 씨의 말이다. 히로꼬 씨는 자녀가 둘이다. 자녀와 대화는 한국어로 한다. 그녀가 먼저 하는 걱정과 고민은 본인이 아닌 자녀 교육, 학교생활 문제가 먼저 앞선다.

필리핀에서 온 엠마 역시 성격이 활달한 편이지만 선생님과 학부모를 만나면 서로들 어색함을 감출 수 없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말도 잘 안통하고 하니까요.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도 내 자녀 학교생활은 어떤지, 엄마들 사이에서 어떤 정보가 교류되는지도 나누고 싶어요.” 

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왔으니 한국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중국에서 온 한 여성은 “선생님과 상담을 원활히 할 수 없고 비슷한 또래들과 친해져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며 “자녀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대책은 별 없다”고 심정을 조심스레 토로했다. 

1990년부터 갑작스럽게 증가한 국제결혼 급증은 이주민들을 더 이상 ‘그들’이 아닌 우리사회의 실질적인 구성원으로 존재감을 지니게 된 것이 계기가 돼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됐다. 법 시행을 기점으로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정부, 민간을 떠나서 넘쳐 나고 있는 상황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역시 제3차 여성농업인육성정책사업 중 이주여성을 후계여성농업인으로 양성하기 위한 목적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인으로 부터는 ‘역차별 정책’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농촌의 경우 정부가 말하는 ‘다문화 가족’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이주 여성에 따르면 건강한 가정이 있는 반면 이주여성은 집에서 식모처럼 취급당하는 가정도 있다. 또한 친정에 돈을 보내 줘야 하는 이주여성은 가정생활은 뒷전이다. 가출한 여성도 있다. 

정부는 이주여성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전국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확대해 2년여 만에 200여개로 순식간에 늘어났다. 또한 정부지원금을 받고 지역농협과 각 시민단체에서 이주여성만을 모집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한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친구도 사귀고 한글공부도 할 겸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뿐인데 무척 바쁘다. ‘공연’, ‘체육대회’, ‘사업발표’ 등등 지역행사에 불려나가기 일쑤고 심지어는 ‘다문화가족 의료봉사지원’행사에도 불려 나가 원치 않는 진료도 밭고 올 때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시민단체, 지역농협간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에 또다른 지역사회 공동체를 경험하고 싶어도 괜히 눈치까지 보인다.

이주여성들은 각 시민단체에서 정부자금을 받고 추진하는 사업역시 이주여성유치에만 관심 있지‘주인공이 빠진 정책’이라 입을 모은다. 또한 ‘다문화 가족’ 편견만을 양성시켰을 뿐 핵심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히로꼬 씨는 “정부는 다문화가족의 의미를 확대해석해 오히려 원주민과 이주여성들과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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