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동북아농축산업유통연구원 원장

대형 할인점과 쇼핑몰 등 대형 민간유통업체가 급증하면서 서울 가락시장을 비롯한 전국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 기능이 날로 위축되고 있다.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전체 거래량 가운데 도매시장의 농산물 비중이 2004년에는 43.2%로 전년보다 1.4% 포인트나 낮아졌고 올들어 도매시장 불황은 더욱 심해져 40%대도 안될 것으로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부실 경매, 농산물값 하락 불러 85년 공영도매시장으로서는 최초로 개장된 가락시장은 유사시장이 활개치던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농산물 상품화를 선도, 공개 경매제로 공정거래 확립과 전국적인 기준가격 형성 등 유통개선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은 물론 공영도매시장으로써의 기능을 조기에 정착시켰다. 따라서 정부는 공영도매시장 건설을 농수산물 유통개선사업 중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 20여년 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 전국에 32개소의 도매시장 건립과 육성에 전력해 왔다. 그러나 오늘의 도매시장은 대형할인점에 밀려 공영도매시장으로서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는 시대적 여건 변화의 흐름에 따르지 못하고 현실안주와 자만이 낳은 결과가 아닌가 본다. 시장여건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반해 공영도매시장은 대응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막강한 산지 영향력을 발휘했던 가락시장이 지금은 고품질 농산물의 출하기피까지 겪고 있는가 하면 해마다 급증하는 친환경농산물 경매장도 변변하게 마련치 못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도매시장기능의 위축은 중매인들의 경매부실을 낳고 중도매인들은 경매참여율이 저조해져 이는 경락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출하농가로 전가된다. 더 큰 문제는 대형할인점 등이 생산농가와 농산물 계약단가를 정할 때 대부분이 공영도매시장 경락가격을 그 기준으로 하고 있어 도매시장 경락가격 하락은 곧 할인점 등의 농가 출하가격 하락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노후시설 개선·현대화 급선무 이처럼 농산물 도매시장의 위축은 곧바로 농산물 가격하락을 가져와 그렇지 않아도 늘어나는 수입농산물로 타격을 받고 있는 농가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공영도매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해 활성화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매시장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주어진 기능을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도매시장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야 한다. 도매시장이 갖고 있는 ‘대량준비의 원리’에 의한 이용자에 대한 신뢰다. 즉 도매시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종류의 농수산물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대량으로 준비돼 있기 때문에 이용자는 “누구나 언제든지 도매시장에만 가면 필요한 농수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고 구입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도매시장에는 항상 많은 농수산물 판매희망자와 구매희망자가 모여 거래를 하며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은 개장한 지가 20년이나 돼 시설이 노후화되고 유통여건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물류에 부적합해 물류비를 증대시키고 있어 이전·재건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가락시장은 국내 최대의 공영도매시장으로써 해야 할 역할이 많다. 또한 우리 농업 버팀목의 하나이자 생산자, 소비자, 유통인 모두의 이익창출 공간으로서 여전히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라도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한다. 마침 농림부에서 지난 2일 발표한 ‘농산물 물류핵심 종합대책’에서 가락동 도매시장 등 노후화되고 거래량이 포화상태에 이른 공영도매시장의 시설 현대화를 추진한다고 했다. 공영도매시장 중에서도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가락시장은 현 부지에 5066억원을 들여 하역기계화 및 저온 유통체계가 구축되고 도매와 소매가 완전히 분리된 건물을 새롭게 세울 계획이다. ○시장주체 모두 활성화 나서야 또한 제도 개선을 통해 규격화된 출하품과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정가·수의매매 허용과 도매시장법인의 운영 활성화 제고를 위해 겸업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모두가 도매시장 출하농산물에 대한 규격화 대량거래를 통한 물류 효율화 촉진과 소비자의 고품질 안전 농산물에 대한 욕구 충족으로 도매시장의 활성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치다. 따라서 시장관리자와 도매법인, 중도매인, 하역노조 등 시장주체들 모두가 생산자, 소비자, 구매자에 다가가려는 노력과 함께 계류중인 농안법 등 관련 법제의 개정이 더 이상 시장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