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필름값 1.5배 불구 지자체 구입비 지원으로 수입량 8년새 80배↑
국산제품 품질 좋아도 보조사업 조건 제한·막연한 선호로 ‘찬밥신세’


장기간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기성필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산 제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국산 제품 보급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기성 필름 지원사업을 일본산 제품이 장악하면서 매년 수 십 억원의 혈세가 일본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장기성 필름 지원사업 조건을 일본산 제품에 한정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일본산 장기성 필름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02년경이다. 농촌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매년마다 교체하는 필름비용은 물론 필름 교체 시 소요되는 인력 및 인건비 부담으로 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일본산 장기성 필름이 국내에 선을 보인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렇다할 국산 장기성 필름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산 장기성 필름은 국내 시장을 손쉽게 잠식했다. 실제 2002년 10여 톤에 불과했던 장기성 필름 수입량은 2010년 기준 800톤까지 확대되는 등 1000톤 규모의 국내 장기성 필름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본산 장기성 필름 가격이 일반 필름에 비해 1.5배 이상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구매자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게 구입비용 중 50%를 보조(도비 10%, 군비 40%)해주고 있다. 문제는 장기성 필름 보조사업을 일본산이 장악하면서 연간 구매자금 100억원 중 절반을 차지하는 50억원의 혈세가 일본으로 건너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에선 장기성 필름 보조사업 조건을 일본의 한 업체만이 생산하는 5층 구조의 농업용 필름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성 필름은 굳이 5층 구조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도 사업조건을 5층 구조로 제한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일부 지역에선 아직 일본산 장기성 필름에 대한 막연한 선호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일신화학공업㈜의 ‘솔라리움’과 ㈜태광뉴텍의 ‘아조래’ 등 일본산보다 저렴한 국산 장기성 필름이 속속 출시되고 있고, 품질 면에서도 일본산에 전혀 뒤쳐지지 않지만 지방자치단체 지원사업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시험장이 일신화학공업의 솔라리움을 일본산 제품과 비교 실험한 결과 온실 적용 시 이중피복 조건에서 광투과율과 보온성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연구됐다. 태광뉴텍이 선보인 아조래 역시 일본 회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일본산 제품과 거의 동일한 품질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자체 보조사업에 대해 정부가 왈가불가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기노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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