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찬 경기도청 농산유통과장

10여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농림부 장관은 우리 농업의 활로는 농산물 수출이라고 외치면서 농산물 수출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그리고 지난해 우리나라는 20억불어치의 농산물을 수출했다. 그러나 지금 20억불이라는 숫자를 통해 우리농업의 활로가 수출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호와 실천에 따른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출을 해야 한다고만 했지 수출할 만한 농산물도 없거니와 수출할 물건을 생산할 농업시설도 변변치 않다. 신선 농산물은 매년 우리 동포들이 사먹는 수준이고 금액이 큰 수출품목은 라면 등 우리농업과 관련 없는 가공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제 땅값 상승으로 농지면적 확대를 통한 영농규모화는 어렵다. 땅 한평에 수십만원에 이르는데 누가 농지를 사서 농사짓겠는가? 그 돈으로 은행에 신탁하는 것이 수익이 많다. 네덜란드의 경우 높은 농업기술을 바탕으로 유리온실 등에 과감히 투자하여 좁은 땅에서도 550억불 이상의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우리도 농지를 통한 규모화보다는 집중적인 투자를 통한 기술집약적인 농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말한 벤처농업이다. 한때 우루과이라운드 대책으로 42조 투융자사업과 15조 농특세사업으로 우리나라의 농업기반을 구축한 적이 있다. 언론은 유리온실 경영주가 망한 것을 보고 과잉투자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7230억원이 투자된 이 사업은 잘못 되었다기 보다는 정책방향은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개소당 투자를 확대, 농업경영 규모를 늘렸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우리에게는 일본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농산물 시장이 있다. 이 시장은 네덜란드 등 서구 농업선진국들보다도 유리한 시장이다. FTA를 통해 일본시장은 더욱 개방될 것이고, 중국의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 농산물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준비해야 한다. 대단위 유리온실 단지를 쓰레기 처리장과 함께 건설하여 난방비용을 낮추고 농업인에게 임대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생산시설 소유에 따른 부채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과감한 농업투자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농업을 육성해야 수출농업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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