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실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광화문과 청계광장이 반값 등록금을 촉구하는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촛불로 다시 밝혀지기 시작했다. 한신대를 필두로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각 대학 총학생회가 동맹휴업에 들어갔거나 추진키로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조건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각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학생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등록금 문제는 재정부족을 핑계로 흐지부지 넘어갈 수 없는 이슈로 떠올랐다. 서민경제가 파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1000만원에 이르는 살인적인 등록금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서민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는 고통이다. 태어나서 대학 졸업 때까지 무려 3억원 안팎의 양육·교육비를 쏟아 부어야 한다면 극소수 부자들을 제외하고 누구나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5%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등록금 문제는 학생들이나 부모들 모두에게 생존의 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어느 가정이  연간 1000만원씩 등록금을 내면서 감히 아이를 더 낳을 수 있을까? 한국의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꼴찌가 된 것은 다 이런 이유가 있어서다.

혹자는 ‘돈이 없으면 대학을 안보내고 취직시키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건 단견일 뿐 아니라 매우 이기적이고 차별적인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대학교육은 돈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난하다고 대학 문턱에도 가지 못한다면, 간다 해도 등록금 때문에 공부 대신 피자배달을 하고, 졸업을 해도 등록금 빚 때문에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빚쟁이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를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 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능력은 ‘돈’이 아니라 재능과 적성, 특기 등을 말하는 것쯤은 초등학생도 안다. 그렇다면 당연히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회복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에서 ‘등록금 절반 인하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후 반값 정책 대신 ‘학자금 대출 취업 후 상환제’란 것을 내놓아 대학생을 다시 빚쟁이로 만들고 있다. 등록금을 맘대로 올리지 못하게 하는 등록금 상한제도 반대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신임 원내대표가 반값등록금 공약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하위 50% 계층, B학점 제한, 부실대학 제외 등의 제한조건을 달아 실제 혜택이 주어지는 학생은 2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이는 학비 마련을 위해 일을 하는 학생들에게 불리한 학점경쟁을 부추기는 일이다. 아까운 인재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이스트사태는 바로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등부과에서 비롯됐다.

정부 여당은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연간 16조~17조원에 이른 부자 감세액의 반도 안되는 6조원이면 반값 등록금은 충분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면서 그에 걸맞는 교육과 복지정책을 외면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에 등록금 빚으로 청춘을 저당 잡는 나라에 선진미래는 없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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