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민생활이 고통스럽다. 공공요금, 기름값 등 물가폭등에 전세난, 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휜다. 

정부는 물가대책이니 서민생활 안정대책이니 하면서 이런 저런 내용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리면서 애꿎은 농민을 물가잡기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 같아 답답하다. 지난 2년간 쌀대란으로 폭락했던 쌀값이 아주 조금 회복되자 정부 비축쌀을 조기 방출하는가 하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로 축산물 값이 오르자 무관세로 대량 수입하는 등의 행태가 그것이다.

서민대책이라며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정책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서민’이란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서민이란 말은 ‘중류 이하의 넉넉하지 못한 백성’을 이르거나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시가구에 비해 소득이 66%에 불과한 농민들이 서민층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농민들의 소득은 50% 이상이 쌀농사에서 나오는데, 2년간 쌀값 폭락으로 고통받은 농민들의 주 소득원인 쌀값을 잡아 물가안정을 꾀하자는 정책이 친 서민 정책인가? 이는 약자인 농민들에 대한 폭거이지 절대 친 서민 정책이 될 수 없다.  

지금은 이 나라에서 서민으로 살아가기에 너무 힘든 세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물가에 주택난에 교육비 부담에 죽을 지경이다. 노인과 가장들이 희망을 잃어 스스로 삶을 등지고,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자살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른바 강부자들이야 가스 값 올랐다고 난방을 줄일 리 없고, 기름값 오르면 거리에 차가 줄어드니 나들이가 더 편할 터. 전세 값 오르면 부동산 수입 늘어나고, 대학 등록금 오른다고 뭐 대수겠는가?

정부는 물가 문제의 원인을 기후변화나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 외부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근본원인은 수출 위주로 재벌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고환율과 저금리 정책에 있다. 현 정부의 고환율정책은 일부 수출대기업에 사상최대 이익을 안겼지만, 중소기업에는 원자재값 상승, 서민들에게는 물가인상의 고통을 낳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금융 및 건설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도시가스, 전기 등 정부관리의 공공요금이 인상됐거나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휘발유값이 천정부지로 솟아도 정부는 국민에게 절약만 강조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과 부자감세로 재정이 모자라니 재정으로 서민부담을 줄이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사철인 지금 부자들은 웃고, 서민들은 전세대란으로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같은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이나 내놓는다. 1년치 1000만원인 미친 등록금은 서민경제도, 학생들의 미래도 망쳐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반값 등록금’은 어디로 갔는가.

서민정책이라면 모름지기 교육, 주거, 의료, 일자리 문제에 대책이 집중돼야 한다. 부자감세, 4대강사업, 건설기업 지원, 부동산 경기부양 등 이 정부가 그동안 집요하게 추구해온 것의 반만이라도 서민정책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서민들의 원성은 지금 하늘을 찌른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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